온누리신문속 사회선교부

세상을 섬기는 온누리 ① 노숙인 섬김

By 2015-04-30 No Comments

온누리신문 제1015호 2014년 9월 11일

“은혜를 캤어요”
서초C공동체, 마태교회를 가다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여러 명이 부르는 찬양소리가 건물 밖에서 또렷하게 들린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찬양소리는 더 커졌다. 문이 활짝 열려있고, 문 앞까지 나와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여기는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마태교회다. 노숙인들이 예배드리는 교회다.
“예수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천국 갑시다.”
노숙인들이 영상 설교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마태교회에 가다

지난달 23일. 마태교회를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온누리교회에서 오셨나요?”
‘예수천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기자를 환영한 이는 마태교회 이원용 담임목사다. 안내를 따라 20평쯤 되는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40명이 넘는 노숙인들이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열두 개의 침대 위에 놓인 옷가지들이 눈에 띄었다. 노숙인들을 위한 공간이 틀림없었다. 그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있었다. 마태교회는 노숙인을 섬기는 교회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노숙인들 옆에 앉아 오늘 이곳을 섬기러 오고 있는 온누리교회 성도들을 기다렸다. 카메라를 매고 있는 기자를 보고 노숙인들이 불편하면 어쩌지.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지났을까.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다들 잘 계셨어요. 오랜만이에요.”
기타를 매고, 선물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 교회로 들어섰다. 서초C공동체 돌봄다락방 성도들이었다. 서초C공동체는 매월 마지막 주에 다락방 별로 마태교회 노숙인들을 섬기고 있다. 음식, 생필품, 의류 등을 챙겨와 나눠주고 예배도 함께 드리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실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 건강 특강도 하고 있다.
오후 3시20분. 서초C공동체와 마태교회 노숙인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집사 한 명이 찬양을 인도했고, 설교는 양재 긍휼사역팀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환 목사가 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말씀이 본문이었다.
“항상 기뻐하세요. 예수 그리스도 하나만으로 기뻐하세요.”
“기뻐하세요.”
“항상 기도하세요. 이 세상은 지뢰 천지입니다. 기도하면서 한걸음 씩 가야합니다.”
“항상 기도하세요.”

이정환 목사가 메시지를 선포할 때마다 노숙인들이 말을 따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을 따라하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은혜로웠다. 서초C공동체 성도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치과의사 윤여은 집사(서초C공동체)의 ‘치아 건강 특강’도 이어졌다. 노숙인들은 윤 집사에게 올바른 칫솔 사용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소그룹을 만들어 기도제목을 나누고 교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초C공동체 성도 한 명이 조장, 노숙인 8~9명이 조원이었다. 그렇게 여덟 개의 조가 만들어졌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머리 아픈 거 낫게 해주세요.”
“돈 벌 수 있게 해주세요.”
모두의 소원이 담긴 기도제목을 종이에 적었다. 조장은 기도제목을 적은 종이를 들고 각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 조원들도 고개를 숙이고 자신과 서로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노숙인들의 친구 김희숙 권사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하렴.”
김희숙 권사(서초B공동체)가 한 노숙인의 손을 잡고 말을 건넸다.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김 권사는 마주치는 노숙인 모두에게 안부를 물었다. 오랜 기간 동안 이 사역을 섬기고 있어서 그런지 노숙인들의 개인사정까지도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 머리 다친 건 괜찮아? 다 나았니?”
“일은 잘하고 있니?”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누나처럼 다가가는 김 권사를 노숙인들도 좋아했다. 서로를 대하는 모습에 어색함이 없었다. 개인사를 묻는 질문도 거리낌 없이 했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 권사는 노숙인들의 절친한 친구 같았다.
김 권사가 노숙인들과 친해지게 된 것은 2012년부터다. 그녀는 2012년 12월 24일부터 마태교회를 섬겼다.
“긍휼사역을 함께 섬기던 집사님 덕분에 마태교회를 알게 됐어요.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 왔었는데 목사님과 노숙인들이 함께 먹고 자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여기 목사님은 일주일에 한번 집에 들어가셔요.”
양재 긍휼사역팀은 2012년부터 마태교회를 섬기고 있다. 침대와 매트리스, 텔레비전 등 필요한 물품들을 후원했다. 지금의 온전한 쉼터가 있기까지 힘썼다.
“어떤 이들은 노숙인들을 경계대상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보면 얼마나 순수한지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사랑과 관심으로 섬기면 그들을 예수님의 품으로 안내할 수 있어요.”
김 권사는 지난 5월부터 마태교회를 섬기기 시작한 서초C공동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마태교회를 섬길 예정이다. 향후에는 본래 섬기던 서울역 쪽방촌 사역을 할 계획이다.

공동체와 외부사역팀이 연결되기를

서초C공동체는 지난 5월부터 다락방별로 마태교회를 섬기고 있다. 11개의 다락방이 순차적으로 순환하며 봉사하고 있다. 서초C공동체가 하고 있는 이 사역은 사회선교위원회와 공동체가 함께 동역하는 첫 번째 사례다. 앞으로도 양재 사회선교위원회는 공동체와 외부사역팀이 잘 연결되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날 섬김에 대해 최창수 장로(서초C공동체)가 소회를 밝혔다.
“섬기러 왔다 은혜를 캤어요.”
공동체와 열악한 환경에서 섬기고 있는 외부사역이 연결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회의 좋은 섬김 모델이 될 것이다.

/ 정지은 기자 jji@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