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신문속 사회선교부

사회선교 연재 ② 홀로 사는 노인 섬김

By 2015-04-30 No Comments

온누리신문 제1006호 2014년 9월 23일

“30분 대화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서빙고 구제봉사, 매달 한번 홀로 어르신 가정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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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다 멀리 있고, 올 사람이 없죠. 집사람은 일 년째 병원에 있어요.”

동빙고동에 사는 김씨 할아버지(80)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있는 아내를 돌보며 홀로 산다. 불이 꺼진 방에서 혼자 밥을 먹고 일기를 쓰며 외로움을 달랜다.
우리 주변에 홀로 사는 어르신은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서울시에만 16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노인보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 건강 등의 문제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족의 고유명절 추석을 맞아 지난 8월 31일(주일) 서빙고 구제봉사팀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다. 40명의 구제봉사 팀원들이 작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뭉쳤다. 이들은 Acts29홀에서 간단하게 모임을 가진 뒤, 10개 조로 나뉘어져 동빙고동 20가정을 방문했다.

송편, 식혜 등 추석선물 전해

“저도 6년 동안 동빙고동에 살고 있는데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저라도 도와야지요.”
희끗희끗한 머리에 가냘픈 손목, 따뜻한 눈매를 가진 서설자 권사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동참했다. 10년간 치매로 고생한 남편을 떠나보내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서 권사는 온누리교회 영어예배를 드린다. 몇 달 전에는 암수술을 해서 몸이 성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가정방문에 앞서 모두 함께 기도합시다.”

배홍일 목사(서빙고 구제봉사 담당)의 인도에 따라 조용하게 기도를 했다. 기자는 배홍일 목사와 최혜옥 집사, 서설자 권사 팀에 동행하여 취재했다.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곳은 동빙고동 75길의 두 가정. 이번 방문은 각 가정마다 40분 이상 머무르며 사정을 묻고 교제를 나누고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좁게 굽이굽이 진 길을 올라가니 첫 번째 집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다. 김씨 할아버지(80)는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로 나왔다. 집 안은 좁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주방을 보니 최근 음식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 몸은 좀 어떠세요.”
“밥은 잘 챙겨 드시나요.”

대화는 30여 분 동안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조금 시간이 흐르니 스스럼없이 개인사도 나눴다. 자식도 멀리 살고, 아내는 뇌졸중으로 입원 중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어르신의 모습에 팀원 숙연해졌다. 십여 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추석선물로 준비한 송편과 식혜를 전달했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살짝 미소를 보이는 어르신을 보니 봉사를 통해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다.
30분, 1시간 대화 … 선물보다 중요

두 번째 집은 주소가 바뀌어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또 다른 김씨 할아버지(73)를 만났다. 이사 온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 만나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유독 어색해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느껴졌다. 어르신은 허리를 수술해서 거동이 힘들고, 앉는 것도 30분 이상 어렵다고 했다.
“명절인데 어떻게 보내세요?”
“아무도 없어요. 나는. 자식도 부인도 없어요. 답답하죠. 허리 때문에 집 밖을 못나가고.”
하루 종일 방에 누워만 있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 한곳이 짠했다. 40여 분이 지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팀원 한명 한명을 바라보는 어르신의 눈빛을 보니 구제봉사팀이 하는 이 사역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 느껴졌다.
서빙고 구제봉사팀은 매달 한 번씩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방문한다. 작은 선물과 함께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것이 주된 사역이지만 30분, 1시간씩 나누는 대화가 어르신들에게는 선물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잡아주고 외로움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선물,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한두 가정이라도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배홍일 목사가 덧붙였다. 매달 방문하는 이 사역에 봉사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어르신은 늘어난다. 봉사를 원하는 성도를 위한 문은 항시 열려있다.
문의: 노전기 총무(010-4229-0580)

/ 정지은 기자 jji@onn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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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봉사팀 간증>
‘사랑과 선행으로 격려하라’ 하신 하나님

작년 크리스마스에 내가 속한 공동체 다락방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나눠드리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직장문제로 걱정과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를 매일 외쳤고, 하루 속히 하나님께서 다른 직장으로 인도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역사로 나가기로 했던 것은 직장 걱정에 사로잡혀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과일과 과자, 양말을 포장해서 상자에 담아 서울역으로 갔다. 상자를 들고 갔을 때 구름떼처럼 밀려오는 남녀 노숙자들! 들고 간 것들은 수량이 부족했다. 힘센 이들은 2~3개씩 뺏어가다시피 가져갔다. 선물을 못 받은 여성은 우리의 전달방식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주려고 갔다가 다툼과 상실감만 던져놓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생겼다. 같이간 집사님에게 ‘내가 노숙자 처지였으면 어떠했을까 걱정이 생긴다’고 했더니 그분은 ‘하나님은 우리가 주저앉아 있게 하지 않으시고 헤쳐 나갈 힘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허둥대는 모습에 비해 다락방장님과 다른 집사님들은 참으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사회선교 구제봉사팀에 마음이 생겼다. 구제봉사팀은 교회 로비에서 성미와 구제헌금을 접수하여 시설에 전달한다.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교회 근처 홀로 사는 생활보호대상 어르신들을 방문하여 말동무도 해드리고 작은 선물도 전달한다. 믿음의 선배인 장로님과 더불어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방문하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했다. 아직 나는 네 가정만 방문했다. 그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고 있는 분도 있었다. 살고 있는 집이 불편하고 외롭고 생계가 넉넉하지 않아도 하나님을 단단하게 붙들고 계시는 것이 겉으로도 표가 났다.

하나님은 믿는다고 하면서 온갖 세상 걱정으로 하나님을 원망하다 또 다시 기도하는 이 걱정 많은 죄인의 눈을 돌려주셨다.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그 하나님이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으로 격려하라’고 하시니 그냥 따를 뿐이다. 선한 일을 행할 때에도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도 나더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신다.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각자의 자리에 있게 하셨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시키신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믿음도 이미 주셨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아멘.
/ 최지영 자매(신용산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