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8|제1152호
전문가 기고_ 부채문제와 교회의 역할
오종규 법무사 사회선교부 사회책임팀 정언법무사사무소 대표
부채가 개인의 삶과 사회 파괴 … 노력해서 줄여야만 한다
요즘은“빚지고는 못 산다”는 말이 꿈같은 소리라고 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빚 안 지고는 못사는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학자금 대출을 받고, 결혼해서 독립하려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차사고, 집 사고, 자녀교육 시키다 보면 빚이 쌓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쌓인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257조에 달한다. 빚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개인과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교회가 앞장서서 돈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시키고, 빚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 사회선교부를 섬기고 있는 오종규 법무사가 부채문제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글을 보내왔다. / 편집자 주
어린 시절 나는 부유하게 자라지 못했다. 온누리교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동네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남들이 모르는 소소한 행복과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났다. 오늘날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지 못해 불안할 때가 있다. 때로는 어린 시절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린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20년 전 혹은 30년 전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성장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약자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경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대학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는 학생들,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가정을 꿈꾸며 결혼을 했지만 어마어마한 전세값 앞에서 고민하는 신혼부부들, 이제는 경제력 싸움이 되어 버린 자녀교육문제로 씨름하는 부모들, 내 집 마련, 안정적인 노후준비 등 우리는 한시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기독교인들도 돈에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돈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간섭이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거나 무관심하다. 십일조를 드리는 것 또는 일정한 헌금을 하는 것으로 돈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다 한 것처럼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고 하고 있으며, ‘ 소비만이 미덕’ 이고, ‘ 좋은 차’ 또는 ‘ 좋은 집’ 있어야 멋진 삶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풍조 속에서 부채를 짊어지고서라도 소비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소비주의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년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257조 3,000억 원으로 약400조원이 되는 국가예산대비 3배가 넘었다. 부채는 더 이상 개인과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부채문제와 교회의 역할
부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부채를 단순히 타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부채로부터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교회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첫째, 성도들에게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시켜야 한다.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주신 돈도 크리스천들이 관리해야 할 영역임을 알려야 한다. 많은 성도들이 물질에는 관심이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단순히 아끼고 저축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신앙관에 기초한 재정, 부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미 부채로 어려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부채자들을 돕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신용불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개인회생, 파산 신청자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개인회생, 파산신청자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연령이 청년층이다. 청년들의 부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창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이 있는데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드니 대출금을 갚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당장 대출금을 갚아야 하니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는 청년들도 있다. 일자리를 찾는 것도 어려운데 부채라는 짐까지 진 청년들에게는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년에서 출발한 부채는 한 가정의 탄생을 가로 막는다. 부채는 개인의 삶, 청년들의 꿈, 가정의 평화, 국가의 미래를 빠르게 침몰시키고 있다.
부채문제에서 벗어나는 방법
부채문제를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교회와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신앙관을 정립해야 한다. 더불어 재정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녀교육, 결혼, 내 집 마련, 노후 등 개인의 필요에 의한 구체적인 재정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모든 영역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야 한다. 이미 부채를 지고 있는 경우에는 분명한 해결이 필요하다. 부채에 대한 우선순위를 나누어 변제하고, 더 이상 부채가 발생하지 않게 신용카드사용과 소비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부채관리와 소비습관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재정전문가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절이 어려운 심각한 부채를 지고 있는 경우 즉각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회생, 파산신청 같은 제도를 피하지 않아야 한다. 체면을 살린다고 미루면 미룰수록 깊은 부채에 빠지게 된다.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를 통해 구제가 이루어진다. 재정전문가에 의한 상담->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부채구제->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법원을 통한 개인파산제도
‘부채탈출119’와‘긴급구호자금’
온누리교회는 일찍부터 부채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양육 프로그램 커리큘럼에 재정관리 강의를 추가하고, 성도들의 의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선교부 사회책임팀에서는 청장년들의 실제적인 부채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 부채탈출119’ 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장년들 각자의 처해있는 형편에 따라 단순한 재무상담,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구조 제도, 법적인 구제 방법인 개인회생, 파산제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 긴급구호자금’ 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없어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금원을 대여해서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금까지 대여금원 전부가 회수되었다. 2015년도부터 부채탈출119를 통해 약 200명의 청장년들이 부채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하나님은 우리의 삶이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실 것이다. 오히려 더 풍성한 삶을 살기를 원하실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재정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많은 부채로 힘들어 하는 이웃을 돌아보는 일까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웃들을 돌보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신명기에서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사랑과 구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인색하지 말고 너희 손을 펴라”고 당부했다. 부디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전해지고, 개인과 사회가 변화되며,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돕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