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신문 제1049호 2015.05.19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재앙으로 나타나는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우리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한낱 개인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해답은 주님이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한 이들을 칭찬하실 뿐 아니라, 그들로 인하여 ‘새 하늘과 새 땅(계 21:1)’이라는 하나님의 상급이 주어진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한 개인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합성세제를 삼가고, 중고품을 사용하고, 물과 전기를 아껴 쓴다면. 육식을 줄이고, 음식을 절제하고(생명밥상), 시간에 쫓기지 않게 살고, 소비광고에 한 눈을 팔지 않는다면. 작고 단순하고 불편한 것을 구하거나 가난한 이웃을 돕는 노력(녹색기독인십계명)은 하찮은 것일 수 있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노력에 임한다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일례로 생명밥상을 차리고 먹는다는 것은 깨끗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상을 전 지구적으로 독점하고 착취하는 수단인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또 그것은 파괴되고 해체된 공동체적 관계와 자연의 순환성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실천하는 이 스스로가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수많은 개인들이 한마음 되어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노력한다면, 하나님이 도와주심으로 세상은 충분히 바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과 이웃과 자연 앞에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각자가 환경을 해치는 습관은 고치지 않고,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음식, 입지 않아도 될 옷, 갖지 않아도 될 물건, 타지 않아도 될 차를 즐겨 타고 있다면 세상을 아무리 바꾸려 해도 그것은 위선일 따름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은 우리 개인의 생활방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지금이라도 우리 각자가 기본적인 욕구를 채울 때 꼭 필요한 것만 취한다면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통해 풍성한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은 지금 우리에게 하루의 양식만을 구하라 말씀하신다(마 6:11). 지나침도 모자람도 다 창조의 목적에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덜 가지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리기만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생명이 생명을 유지하고 증진하는데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실 것임(시 104)을 믿는다. “너희들은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
당장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을 변화시켜보자. 절제와 나눔의 삶, 작고 단순하고 불편한 삶,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삶, 흙과 농촌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보자. 그러한 삶이야말로 하나님을 거룩히 여기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의 몸과 마음, 더 나아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삶이다. 생명을 살리는 녹색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기억해내고 창조동산의 아름다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을 때, 마침내 죽어가는 지구가 온전해져 다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그 때에 하나님은 또 한 번 ‘참 좋다’ 하실 것이다.
/ 유미호 실장(한국교회환경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