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신문 제1047호 2015.05.03
봄을 맞아 약하디 약한 생명들이 세상에 나오더니 어느새 꽃이 활짝 피웠다. 이제 진정 봄을 실감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 봄날을 즐기려니 황사와 미세먼지가 외출을 꺼리게 한다. 해가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는 더욱 긴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녹아내리고 있는 북극빙하, 사막화, 기후재난 등을 막으려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적정수준(350ppm)까지 낮추는 ‘350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0만년을 통틀어 유례없이 높은 농도가 기록되고 있다. 400ppm을 넘는 날이 여러 날 지속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3℃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2050년이면 하나님이 만드신 생물종의 20~30%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2080년이면 3℃ 이상 올라가 90%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별다른 예방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금세기말 4℃까지 오른다고 한다.
정말 1도의 파괴력이 엄청나다. 지난 100년 동안 상승한 0.8℃를 봐도 동식물의 약 52%가 서식지를 극지방과 고지대로 옮기고 있다. 62%가 봄이 빨라진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려고 개화와 번식 또는 이동시기를 앞당겼다. 바다에서는 생존 가능한 수온을 찾아 북쪽으로 땅에서보다 7배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연간 7km).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 곡물가격 급등, 폭염, 가뭄, 홍수, 산불 등의 위협도 커지고 있는데, 이는 빈곤층과 노년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검댕, 먼지, 오존 등이 한곳에 머물러 초과사망자가 늘고 있다. 2100년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초과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해진 지구상승온도가 2℃다. 비교 시기는 산업혁명 이전이다.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용 가능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다. 상승온도가 2℃가 넘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때의 노력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CC)가 지난해 제5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을 제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2900GtCO₂로 묶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이미 2011년까지 그의 2/3인 1900GtCO₂을 사용한 것이 문제다. 남은 양으로 살아가려면 2050년엔 40~70%를 줄이고, 2080년~2100년에는 인위적 배출을 거의 없애야 한다.
그래서 올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기여 공약(INDCs)’을 제출할 것이다. 올해 말 IPCC 총회(파리)는 그에 기초하여 2020년부터 적용될 새롭고도 확고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합의할 것이다. 지구는 물론 우리에게 남아있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걸맞은 목표를 세우고 제대로 이행해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지구 동산을 거니시던 주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너희가 어디 있느냐?” 물으시면, 기후변화를 초래한 부끄러움을 무화과 잎으로 숨기고 변명하기보다 곧바로 죄를 고백하고 2℃ 억제를 위한 조금 불편한 삶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세계가 2℃의 기준점을 정할 때, 배려 받지 못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태평양 섬나라들과 연안지역 공동체까지 생각해 기꺼이 ‘1.5℃ 이하’라는 더 낮은 목표를 세워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
기후변화 시대의 ‘지극히 작은 자들(마 25:40)’과 지금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구에게, ‘하늘 나는 새들(마 6:26)’과 같이 탐욕을 내려놓고 ‘생명을 택하는(신 30:19)’ 온누리교회 성도들의 약속은 분명 2℃ 상승을 막아내는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유미호(한국교회환경연구소 실장)